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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누구도 해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꿈꾸며 -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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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스페이스선 엄수정 대표. ⓒ라이프인
▲ 스페이스선 엄수정 대표. ⓒ라이프인

사람과 자연의 조화. 대자연의 경고 앞에 선 지금의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앞에 두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스페이스선(仙)'은 그래서 사람인(人)과 산 산(山)을 더한 글자인 '신선 선(仙)'을 이름에 쓰고 있다.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스페이스선은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빗물탱크, 생태화장실, 지구를 해치지 않는 친환경 비누들을 생산하고 있다. 스페이스선의 엄수정 대표를 만나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스페이스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보았다.

■ 서울내기의 충주행, "자연 앞에서 건방졌던" 나를 깨닫다

엄 대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서 자란 서울내기다. 충주로의 귀촌도 처음부터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먼저 귀촌을 택하셔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는데 아프셨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떠나버리셨다. 귀촌도, 어머니가 가꾸는 텃밭도 다 시큰둥했던 나는 서울로 돌아갈지 여기 정착할지 택해야 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했던 것들을 하다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정착을 택하게 됐다." 스스로 택한 귀촌은 그때부터였던 셈이다.

엄 대표 주변에 "다른 농촌살이를 해보고 싶다"던 지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엄 대표가 귀촌을 택한 것을 알고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네 명이 시작한 작은 공동체 생활이었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게 된 것일까?

현재 진행 중인 스페이스선의 사업들은 "자 우리 이제부터 사업을 해보자"고 시작된 것들은 아니다. 귀촌한 스페이스선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관심을 가진 것들을 개발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품이 되곤 했다. "우리가 먹는 것을 우리가 생산해보자 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것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내일 캐자며 잠시 미뤄둔 감자가 썩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자연 앞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건방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지금도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고, 스페이스선을 찾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텃밭을 가꾸고 있다. 퇴비도 주지 않는 완전한 자연농이다. 엄 대표는 "생물에게는 자생력이 있다. 완전한 자연농으로 키운 작물들은 좀 거칠고 예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힘이 다르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연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빗물탱크와 생태화장실이다.

▲ 스페이스선과 함께하는 사람들. ⓒ스페이스선
▲ 스페이스선과 함께하는 사람들. ⓒ스페이스선

■ 빗물과 배설물, 허투루 쓸 것이 없다

빗물탱크는 이름 그대로 빗물을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다. 빗물에 관심을 두고 써보려고 하니 저장용 탱크들이 대체로 해외 생산 제품으로 워낙 비싼 데다 크기가 너무 커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모듈형 빗물탱크. 여러 개를 연결해 더 큰 저장공간으로 쓸 수도 있고, 그 위에 나무를 얹어 테이블로 쓰는 등 다양한 공간활용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화장실을 만들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매일 이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한번 사용할 때 최소 4리터 이상의 물을 쓴다. 우리나라에 3000만 개의 화장실이 있으니(2012년 기준) 이를 절약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 부족 국가의 사람들이 조금 덜 힘들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

문제는 재래식화장실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냄새. 해외에는 이미 생태화장실 기성품이 나와 있었지만 가격이 상당했다. 연구와 고민 끝에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면 냄새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대소변분리기를 장착한 생태화장실이 만들어졌다.

▲ 스페이스선의 촌스러운 비누. 모두 고체로 만들어진다.ⓒ스페이스선
▲ 스페이스선의 촌스러운 비누. 모두 고체로 만들어진다.ⓒ스페이스선

비누도 엄 대표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제품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 기성 친환경 제품을 써도 안 맞던 피부가 만들어 쓴 제품으로 안정을 찾았다. "차이를 찾아보니 대체로 너무 많은, 안 들어가도 되는 것들을 비누에 쓰고 있더라"는 것이 엄 대표의 설명. 꼭 필요한 것들만 넣은 비누들은 '촌스러운'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모두 고체다. "액상으로 만들려면 또 넣지 않아도 될 것들을 넣어야 한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스페이스선의 '촌(村)스러운 비누'는 유전자 조작 없는 식물성 오일 중에서도 최고급 등급 원료를 사용하고, 천연 비누 제작 시 재료 혼합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대신, 독성 없는 천연 유화수를 사용한다. 비누를 쓰고 난 물이 오히려 수질을 더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도록, 이로운 미생물을 첨가하고, 오랑우탄의 서식지 파괴 문제가 있는 팜오일 대신 공정무역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다. 엄 대표는 "가끔 사업하는 것 같지 않다, 가격 대비 원료비가 너무 높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웃었다.

그렇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고 있었더니 2013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왔다. '사업'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스페이스선 사람들은 지원조직의 독려에 드디어 예비사회적기업으로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너무 순진했던 면들도 있었다. 육성사업 지원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개발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홍보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가 예비사회적기업 지원 끝나고 바로 사회적기업 인증 조건에도 못 들어갔을 정도였다. 지원을 못 받게 되면서 정신이 딱 들었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다시 모아서 '우리 그동안 이렇게 한 게 있는데 여기서 멈추기 아쉽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뜻을 모아주셨다.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에 도전해 현재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고, 스페이스선에서 나오는 비누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선을 보인 제품들이 완판을 거듭하면서 대중에게도 스페이스선 제품들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최근 네이버 해피빈 등을 통해서도 노출되면서 매출도 점차 좋아지는 중이다.

▲ 스페이스선에는 개, 말, 소, 닭 등 동물들도 함께 산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통한 조화도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다. ⓒ스페이스선
▲ 스페이스선에는 개, 말, 소, 닭 등 동물들도 함께 산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통한 조화도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다. ⓒ스페이스선

■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걷는 이유

시행착오와 연구가 계속되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계속해서 갈 수 있는 이유는 스페이스선의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사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좀 불편할 수 있다. 고체비누 쓰는 것만 해도 요즘 간편한 액상제품도 많고 하니까. 그런데도 그 불편함을 함께 감수해주겠다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 마음이 감사하다. 생협 간담회에서 뜻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거나 온라인의 우리 제품에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연구와 고민을 놓을 수가 없다. 엄 대표는 현재 대학원에서 향장미용을 전공하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패키지도 신경을 쓴다. 스페이스선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평을 살펴보면 "제품을 받고 정성스럽고 친환경적인 패키지에 감동했다"는 글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엄 대표는 "패키지를 제작할 만큼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기성 패키지에 스티커를 붙여 썼다. 그런데 그 포장을 할 때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지난해 한 온라인 판매전을 계기로 패키지 제작에 도전해서 현재 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누도, 패키지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질 수 있도록 한 것이 스페이스선 제품의 핵심이다.

그가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충주에 정착해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엄 대표는 "내려와 살다 보니 농촌이 얼마나 중요하고, 농촌에 젊은이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인사 나누기도 어색할 정도로 마을과 어울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읍체육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을 사람들과 유대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고. "옆 마을 분이 우리 마을 어르신에게 너희 마을에서 들리는 젊은이들의 응원 소리가 부럽다'고 하셨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엄 대표는 "귀촌이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농촌에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필요한 곳이 정말 많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우리와 함께 시작하는 것도 좋다"며 새로운 삶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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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1, 2020 at 09:3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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