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 잡지 창간을 준비하며 몇 날 몇일 밤을 새웠다. 기획부터 취재 촬영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눈꺼풀도 몸도 천근만근이었다. 창간 잡지를 만드는 것은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지만 아이를 낳는 기분과 같을 것 같았다. 이런 기대와 설렘은 지독한 감기와 축적되는 피로도 외면하게 했다.
창간호 포토에세이에 첫눈을 싣기로 정하고 매일 같이 일기예보를 살폈다. 기다리던 눈 소식을 접하고 새벽 일찍 덕유산으로 향했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흰 눈으로 뒤덮인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나무는 말했다. 혹한에도 흔들리지 않겠노라고. 봄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우겠다고. ‘아름답다’라는 말 외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소설가 박상륭 선생의 표기를 따르면 ‘아름다움’이란 ‘앓음다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즉, ‘앓은 사람답다’라는 뜻으로 고통을 앓거나 아픔을 겪은 사람, 번민하고 갈등하고 아파한 사람다운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라 했다. 그것이 앓음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찾기 위해 굳이 먼 길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 무렵 즈음 알게 되었다.
유림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비평상을 수상하였다. 동아국제사진공모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9 그라폴리오 사진창자프로젝트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세계 곳곳에 조심스레 한발씩 내딛다 보니 무겁고 귀찮게 느껴지던 카메라와의 동행이 행복해지기 시작했고 여행에세이 멀어질때 빛나는: 인도에서>를 출간한 바 있다. 아날로그를 그리다>는 그녀의 두 번째 포토에세이집이다.
June 17, 2020 at 11:1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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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에 대하여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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