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패럴림픽] 장애·비장애 경계를 허문 선수들 - 한겨레

역대 15명 올림픽·패럴림픽 동시 경험

노무라 다다히로(맨 왼쪽), 다구치 아키(가운데), 이시하라 사토미가 20일 밤 일본 도쿄 아카사카궁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패럴림픽 성화 집화식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럴림픽이 처음 시작된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채화된 불꽃과 일본 곳곳에서 채화된 불씨가 하나로 모였다. 2020 도쿄패럴림픽은 24일 개막한다. 도쿄/AFP 연합뉴스

문제 하나.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에서 시상대 위에 올랐던 선수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2020 도쿄패럴림픽 공식 누리집 등에 따르면, 헝가리 출신 펜싱 선수 팔 세케레시는 지금껏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유일한 선수이다. 세케레시는 그의 나이 24살 때인 1988 서울올림픽 펜싱 플뢰레 남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1991년 불의의 버스 사고로 장애가 생겨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이 때문에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는 올림픽이 아닌 패럴림픽에 참가했고 플뢰레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케레시는 1996 애틀랜타패럴림픽 때는 플뢰레는 물론이고 사브르 종목에도 출전해 모두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플뢰레 개인전 동메달), 2004년 아테네(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2008년 베이징(플뢰레 개인전 동메달) 대회 때도 입상에 성공했다.

팔 세케레시(헝가리)가 2008 베이징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플뢰레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후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세케레시처럼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지금껏 세케레시 포함 15명이 있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뤄서 출전권을 따내면 장애인 선수들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역사를 쓴 선수는 양궁 네롤리 페어홀(뉴질랜드)이었다. 그는 1972년과 1980년 패럴림픽을 거쳐 1984 엘에이(LA)올림픽에 출전했다. 패럴림픽 때는 금메달(1980년)을 땄지만 올림픽 때는 입상하지 못했다. 양궁 선수 파올라 판타토(이탈리아)는 사상 최초(1996년)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15살 때 승마를 시작한 페포 푸흐(오스트리아)는 세케레시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올림픽 선수(2004년)로, 2008년 사고 이후 하반신이 마비된 뒤에는 패럴림픽 선수(2012년·2016년)로 대회에 참가했다.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16강전에서 신유빈-최효주 짝과 대결하면서 오른손 없이도 인상적인 경기 모습을 보여줬던 나탈리아 파르티카(폴란드)는 24일 개막하는 패럴림픽에도 출전해 단식 5연패에 도전한다. 파르티카는 “나는 비장애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할 줄 안다. 장애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2016 리우 대회 때 오스트레일리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패럴림픽 무대에 동시에 섰던 멜리사 태퍼(탁구)는 도쿄패럴림픽 누리집 관계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참가 선수들은 그저 순수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장애가 있는 선수들로 가득 찬 경기장에 있지만 어느 누구의 장애도 눈에 띄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의 능력만 보게 된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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